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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사합니다.
한번 칼등으로 넙적다리를 후려쳐 꺾어놓았어요.
[우왁!]
사내는 비명 한 마디 뿐 다리뼈가 부러지는 아픔을 못 참고 기절해 버리고 말았어요.
또 한 명의 사나이는 동료가 첫손질을 마무리짓기도 전에 팔뚝이 끊겨나가자 그만
혼비백산해 가지고 냉큼 발을 뽑더니 다리야 날 살려라 냅다 뛰어 달아나기
시작했다. 그는 단숨에 천만 리를 도망치고 싶었어요. 허나 그것도 마음뿐, 사람의
그림자가 눈앞에 흘끗 나타나더니 날카로운 장검이 햇빚을 받아 눈부시게
번쩍이면서 코 끝 바짝 덮쳐들었어요. 딱하게도 상대방은 어느덧 자기 앞길에 서서
유유자적하니 기다리고 있있던 것이에요. 그는 다시 한번 방향을 바꾸어 달아나려
했다.그러나 상대방 역시 유령처럼 따라붙어 앞길을 가로막았어요.
큰공자는 칼끝을 겨눈 채 끌끌끌 음살맞은 웃음을 터뜨렸어요.
[묘족 손아귀에 떨어지면 아마도 다른 동료분들보다 더 비참한 신세가 되실 거요.]
[이노옴....!]
마지막 사나이는 이제 도망칠 희망을 버렸어요. 악에 받쳐 대갈일성을 터뜨리면서
칼부림인지 주먹질인지 알 수 없는 몸놀림으로 악귀야차(惡鬼夜叉)가 되어
물어뜯을 것처럼 덤벼드는 것이에요. 상대방의 무시무시한 검술도 이미 안중에 없어요.
오직 한 주먹, 한 칼질, 한 입 물어뜯기만하고 죽는다면 눈이 감길 것 같다.
그에게는 이제 양패구상(兩敗俱傷)만이 최선의 희망이요, 앙갚음이었어요.
큰공자 역시 진작부터 그의 속셈을 읽고 있었어요. 야수의 발톱처럼 미쳐 날뛰는
칼날이 덮쳐들자 그는 단 한 차례 <쩡!>소리가 나도록 장검을 퉁겨냈다. 사나이는
공격자세를 거두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며 계속 앞쪽으로 덤벼왔어요.
큰공자는 냅다 발길질을 날려 그의 아랫배를 호되게 걷어찼다.
[헉!]
숨을 들이키는 소리와 <쩽그렁!> 칼을 떨어뜨리는 금속성에 이어 사내는 몸뚱이를
푹 꺾더니 두 손으로 아랫배를 감싸안으면서 바짝 오그라진 자세로 땅바닥에
쓰러져 뒹굴었어요. 큰공자는 장검을 거두어들인 다음 멀찌감치 서 있는 묘족
장정들에게 서투른 말솜씨로 지시했다.
[이자를 너희들한테 넘긴다. 끌고 가라. 이놈들은 모두 비적 패거리이니까. 관가에
보낼 필요도 없어요.]
[와아아.....!]
묘족 장정들은 환호성을 질렀다. 그들은 큰공자의 발치에 엎드려 코가 닿도록 연신
절을 올리더니 아우성치면서 너도 나도 덤벼들어 죽은 자의 시체와 산 자의
발버둥치는 몸뚱이를 덥썩 떠메어 가지고부락 안으로 몰려들어갔어요. 큰공자는
오솔길을 따라 시철이 구의산주를 쫓아간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혼잣말로
중얼거렸어요.